낭만적(?) 일상/책과 영화 24

'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도 애쓰고 말았다' 책 리뷰

엊그제 고과 면담을 했다. 난 지금까지 꽤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팀장의 '부족했다' 퍼레이드는 내 마음을 할퀴어 생채기를 냈다.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나를 보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접한 책 광고. (광고인줄 모르고 읽다 마지막에 나오는 광고였다.) '인정'을 저축했다가 꺼내 쓴다는 표현이 너무 재밌어서 밀리의서재에서 찾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모든 문장들이 주옥같았지만,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지 않는 이유는 인정욕구가 이미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은 자존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여기려면 근거가 필요하기..

이별 카페가 있을까?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서평

최근 이태원 사고로 회사 동료를 잃었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사무실에 마주칠 때면 언제나 밝게 인사하던 맑은 친구. 부고를 접했을 때 너무나 믿기지 않았고, 장례식장에 가서도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전날까지 봤던 동료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다니. 갑작스러운 이별은 너무나 큰 충격이다. 이별에 익숙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 난 유난히도 이별이 어려운 것 같다. 내 삶 한 영역에 있던 사람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 힘들다. 앞으로 나는 몇 번의 이별을 더 겪게 될까? 그 이별에 과연 담담할 수 있을까. 내가 겪지 못한 이별에 대해 간접 체험을 해보면 그 이별은 조금이나마 덜 서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라는 제..

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꼭 봐야하는 책, '데이터 브랜딩'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분석가를 꿈꾸고, 회사에서도 데이터분석/활용에 대한 니즈가 많다. 사실 데이터와 분석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의 하나일 뿐인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데이터브랜딩'이다. #1.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멘토링1일차. 이전 프로젝트 최우수상 팀이 나에게 코드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말을 걸었다. 최우수팀 : 이 정도면 현업에서 어느 정도인가요? 나 :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석을 했고, 이 분석을 통해 여러분들이 찾은 인사이트는 무엇인가요? 최우수팀 : ... 저희는 그냥 분석을 했어요. 현업에서 이 정도 코드를 쓰면 잘쓰는 것인지 궁금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나 : 어떤 것을 하려고 하는지 정의가 안되어있는데, 코..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책 리뷰

경험수집잡화점의 피터님이 추천해준 책이라, 내용도 보지 않고 구매했다. ('나를 더 많이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참 많이 하던 피터님이 인상적이었음.) 책을 읽으면서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 가사가 떠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아이와 나의 바다'와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의 공통점을 꼽자면, 1. 가사의 첫마디, 책 제목이 접속사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리고...) 2.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알고 난 이후 만들어진 결과물 그렇다. 이 책의 내용은 자기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라는 내용의 책이다. 암으로 투병을 하다 임사체험을 하고 난 이후 암이 낫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쓴 책. 3개..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마케터의 일'

요즘 주2회 정도만 출근하다보니 약속이 없는 점심시간이 늘어났다. 점심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교보문고에가서 책을 읽기로 했다. 내가 주로 가는 쪽은 H와 I. (본능적으로 위치를 찾아간다.) 거기서 읽던 책이 밀리의 서재에 있으면 핸드폰으로 보고, 없으면 구매를 하게 된다. (책장에 자리가 없어서 왠만하면 구매를 안하려고 노력중이나, 책들이 자꾸 사달라고 말을 건다.) 오늘은 '마케터______의 일'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밀리의 서재에 있음), 주옥같은 문장이 많아 기록해놓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집필 당시, 우아한형제들(배민) 마케팅 조직장으로 추정, 현재는 우아한형제들 CBO (Cheif Brand Officer)라고 한다. 마케터의 일은 아래와 같이 4개의 장으..

북리뷰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 무옌거

가끔 input이 부족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input인지 종류는 모른채. 나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여유가 생겼을 때 이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럴 때는 영화, 웹툰, 책을 보면 해소가 된다. 오랜만에 밀리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착하다'라는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긍정적이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착한사람 = 훌륭한 사람 정도로 '착하다'라는 단어가 좋은 단어였는데, 아마도 '착한사람 컴플렉스' 단어가 등장하면서 였을까. 더이상 '착하다'라는 형용사가 (적어도 내 세상에서) 거의 사라진것 같았다. 그런데 책 제목이 '착하게'로 시작을 하다니. 요즘도 '착하다'라는 말을 쓰나? 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을 낚으려고 했다면, 책 제목은 성공..

영화 언노운(unknown), 성선설이 떠오른다.

영화에는 감독이 하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영화가 있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언노운은 후자의 영화인 것 같다. (본 포스팅은 초반부터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시청하신 분만 읽으시길.)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만약 사고로 몇일 동안 정신을 잃고 있다가 집으로 왔는데,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고, 배우자가 나를 모른척한다면? 내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내 일도 하고 있고, 내 배우자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도 있다면? 영화 '언노운'의 초반 내용이다.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영화는 반전이 있다. (이하 스포일러이니 아직 영화를 안봤다면 영화를 보고 돌아오도록 하자!) 주인공(마틴 해리슨)과 그의 아내(리즈 해리..

경험수집잡화점 독서모임 '나만의 시선찾기 2020'을 마치며

2020년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실험적인 한 해 였다. 사회적으로 실험적인 것이 재택근무라면, 개인적인 실험은 경험수집잡화점의 연간프로그램을 무려 2개나 신청한 것. 한 개는 Year in Pixels 2020 : 매일 기분을 색으로 표현하기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독서모임인 '나만의 시선찾기 2020' 였다. 전자는 2021년에도 계속되지만, 후자인 독서모임은 올해까지만 운영된다고 하여, 아쉬움 가득한 마음을 담아 후기를 써보려한다. (혹시 또 알까. 이 후기로 인해 '21년에도 운영할지.) 사실 나만의 시선을 찾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참 많다. 이 모임을 통해 어떤 것을 알게 되고 배웠는지 남겨본다. 1. 읽어야 할 책, 봐야할 영화가 참 많구나...나는 책을 (..

피로사회,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 두 책의 연결고리

어느덧 나만의 시선찾기 2020 마지막 모임이 끝났다. 마지막 책은 '피로사회'. 책 표지부터 피곤해보이는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실 오래전에 책을 사두었는데, 얇다고 얕잡아봤나보다. 토론 하루 전에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왜이리 눈에 안들어오던지. 다행히 토론을 하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피터님이 추천해 준 또 하나의 책 -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이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고나니, 두 개의 책을 엮어서 독후감을 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책의 공통점. ① 보라색 ② 얇지만 내용이 알차다 ③ 바쁘거나 지친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먼저 '피로사회'는 현대사회의 현상을 얘기한다. 그래서 뭐? 라고 한다면, 사실 대안은 없다. '당신은 지루..

배움에 관하여 :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 강남순 저

독서모임 11월의 책은 '배움에 관하여' 였다. 제목에 있는 '배움'이라는 것을 지식의 습득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책 내용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배움'이라는 것을 너무 좁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도 작가가 쓴 문체, 선택한 단어들이 맘에 들었고, 어딘가 모르게 따뜻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논리적이면서도 표현이 깔끔했다. 정말 많은 밑줄들이 있었지만, 나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던 3문장 정도만 뽑아보고자 한다. 자기 사랑'이라는 이름의 과제 - 친구의 자살에 충격 받고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해준 말 친구 관계를 포함해서 모든 여타의 관계에 자신을 헌신한다는 것은, 둘 중 한 사람은 언제나 다른 친구의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