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책과 영화

북리뷰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 무옌거

Soo♥JJeong 2021. 5. 23. 23:50

가끔 input이 부족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input인지 종류는 모른채. 나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여유가 생겼을 때 이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럴 때는 영화, 웹툰, 책을 보면 해소가 된다. 오랜만에 밀리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착하다'라는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긍정적이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착한사람 = 훌륭한 사람 정도로 '착하다'라는 단어가 좋은 단어였는데, 아마도 '착한사람 컴플렉스' 단어가 등장하면서 였을까. 더이상 '착하다'라는 형용사가 (적어도 내 세상에서) 거의 사라진것 같았다. 그런데 책 제목이 '착하게'로 시작을 하다니. 요즘도 '착하다'라는 말을 쓰나? 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을 낚으려고 했다면, 책 제목은 성공한듯!)  

 

하이라이트 한 여러 구절이 있지만,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답을 준 몇 개의 문장을 기록해놓으려 한다. 훗날 '내가 왜 이런 문장을 적어 뒀지?'라고 생각할까봐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 상황을 간략히 설명한다면, 몇 개월동안 열심히 분석한 결과를 해당 부서에 공유했는데, 엄청나게 까이는(!) 메일을 받고 의욕을 상실한 상태이다. 이 책의 몇 개의 문장들은 마치 나에게 대답을 해주듯 다가왔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2가지를 꼽으라면? 첫째는 남의 돈을 벌어 내 주머니에 넣는 일이요, 둘째는 내 생각을 남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다. 이는 아주 유명한 명언으로 구구절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와오! 정말 동감한다. 어제 저녁9시. 경수점 SNL에서 '회사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대부분 '인간관계'라는 얘기가 많았다. 난 이런 상황을 텍스트화하지 못했다. 이것을 표현하자니 너무 장황해지니. '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기엔, 명확한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닌 상황이라 그렇게 표현하기도 애매했다. 작가는 '내 생각을 남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라는 간략한 표현으로 이 상황을 정리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2가지 일을 하고 있는거다. 남의 돈을 벌어 내 주머니에 넣는 회사 생활을 하며, 내 생각을 남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 주 업무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나를 좀 쓰담쓰담해줘야겠다...

 

'내용을 보지 않는 이유'는 그 계획안이 다른 사람이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즉 남의 프로젝트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은 것인데, 사실 여기에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내제되어 있다. 또 '무조건 부정한 이유'는 남의 성과물을 판단하기 위해 나의 노력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그 기저에는 타인의 가치를 긍정해주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타인의 결과물을 무조건 부정함으로써 품을 덜고, 또 역으로 자신이 더욱 가치있어 보이게 하려는 욕심이 작용한 것이다.

그렇기에 꼭 일러두고 싶은 점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당신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애초에 당신의 가치를 알아볼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가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무옌거 작가님. 당신은 나에게 엄청난 위로를 해주는군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 상황을 어찌 이렇게 잘 알고 답을 주다니! 동시의 나의 행동은 어땠는지 반성해본다. 나는 타인의 가치를 알아볼 마음이 있었던가?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팀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나 혼자 그냥 과제를 해버렸던게 떠올랐다. 교수님은 흡족해했지만, 유난히 질문이 없던 발표 수업. 어쩌면 나잘났다고 혼자 떠들어댄건 아니었을까. 괜시리 찔린다.  이번학기 끝나고 팀 뒤풀이를 해야지.

 

 

인생에는 대면하지 못할 일이 없다. 떠나보지 않으면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평생 알 수 없고, 노력해보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영영 알 수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좋든 나쁘든, 당신이 정말로 감당하지 못할 결과는 없다. 

 

이 역시 나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문장이다. '지금은 대학원 수업을 들어야하니까'라는 이유로 나는 변화를 잠시 멈춤.을 선택했다. 과연 이 선택이 맞는것일까? 자주 이 생각을 한다. 일단 저질러야겠다. 내가 얼마나 멀리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책은 오랜만에 한번도 쉬지 않고 쭈욱 읽어내려간 책이다. ('착하게'라는 표현이 왜 있는지는 모르겠다. 서두에 언급했듯,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타겟인가?) 다른 상황이 되면 또다른 문장들이 나에게 말을 걸겠지? 그 때는 다른 색의 하이라이트로 표시해서 또다른 리뷰를 남겨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