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책과 영화

이별 카페가 있을까?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서평

Soo♥JJeong 2022. 12. 4. 17:28

최근 이태원 사고로 회사 동료를 잃었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사무실에 마주칠 때면 언제나 밝게 인사하던 맑은 친구. 부고를 접했을 때 너무나 믿기지 않았고, 장례식장에 가서도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전날까지 봤던 동료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다니. 갑작스러운 이별은 너무나 큰 충격이다. 

 

이별에 익숙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 난 유난히도 이별이 어려운 것 같다. 내 삶 한 영역에 있던 사람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 힘들다. 앞으로 나는 몇 번의 이별을 더 겪게 될까? 그 이별에 과연 담담할 수 있을까.

내가 겪지 못한 이별에 대해 간접 체험을 해보면 그 이별은 조금이나마 덜 서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책에는 많은 이별들이 있었다. 이별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볼드체가 목차이고, -- 뒤에는 이별의 한 줄 요약이다. ?표는 너무 짧은 글이라 요약이 힘들어서 남겨두었다. (혹시 쓰려다 만건 아닐지도?) 

 

나의 아버지 --스님이 되겠다는 아버지와의 이별

오래된 낡은 습관 같은 --12년 연애의 종지부 

미안하지만 설레기도 해 -- 자폐 오빠를 시설로 보내고 자기 인생을 시작하려는 여동생

다시 너무 평온한 한낮에 --교환학생 가느라 봉사활동에서 만난 할머니와 잠시 이별

누가 누구와 이별하는 중일까 -- ? 

기쁘게 안녕 -- 3년 8개월 일한 직장과의 이별

시간 -- 무지개 다리를 건널 강아지,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녀

좋아하지만 -- 동거를 하려했지만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女女 커플

그날 -- 남자친구가 사고로 떠나고 시간이 지나 결혼을 앞둔 여자

이해가 되는 일 -- 날 버린 엄마와 두 번째 이별

외딴섬 -- 완벽한 남편과 혼자 하는 이별, 끝이 아닌 '시작을 시작'하는 여행

기약 -- 48년지기 죽마고우에서 돈 문제로 원수가 되어 이별 

터널 -- 4년차 공시생, 공무원 시험과 이별

스텝 바이 스텝 -- 35세까지만 살려고 했으나, 만 나이는 아직이라...

너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들 -- 카페인 중독자의 커피와 이별

옛날 캬라멜 -- 단종되는 캬라멜(?)과의 이별

쳇바퀴 밖으로 한 발 -- 퇴사 후 제주도로 가기 전 양수리와 이별

단상 -- ?

이별카페, 그 카페 --이별카페를 차리게 된 이유에 관한 이야기 

 

어느 날 생각했다. 이별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이별은 늘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니까, 우리는 늘 그 이별에 서툴러서 당해오기만 했으니까. 그래서 이별카페를 차리게 되었다. 

이별카페를 준비하며 아는 스님에게 부탁해서 좋은 향을 얻어왔다. ... 이 향을 맡으면 카페를 찾는 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완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심리치료 미술을 공부한 여동생에게 벽면의 그림을 부탁했다. ...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의 상황에 따라 그림을 다르게 볼 것이고 무언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어떤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이별노트는 처음에는 두꺼운 노트 한권으로 만들었는데 그 무게감을 덜어주고 싶어 월별로 나누기 시작했다. 찾는 이도 많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장을 만들었고 그 안은 이별로 채워졌다. 

그리고 이별 카페에는 무료로 주는 타르트가 있다. 이별하러 혼자 찾아온 분들에게 뭐라도 먹여서 보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가 되는 달콤함을 전해주고 싶어서 타르트틀 만들었다. ... 물론 커피에도 정성을 쏟았다. 다른 곳에서는 일부러 쓰지 않는 진한 초콜릿 향이 나는 원두를 썼다. 그리고 정말 한 잔 한 잔 정성을 다해 커피를 만들었다. 

이별카페를 하며 이별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이별에 대처하는 모습들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갔다. 우리는 모두 이별에 서툴다. 이 공간에서 조금이나마 상처가 아니라 공감을, 그리고 위로를 받기를 기대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행복해 지기를. 이별의 상처가 아물어 더 단단해지기를.

오늘 카페는 문을 닫는다. 언제 어디선가 내가 다시 카페를 한다면 그 카페는, '언제 어디서나 훌훌 털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카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새로운 시작과 사랑의 장소로 거듭나기를.

책 속의 '이별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모티브가 된 카페가 있다고 에필로그에 있다.) 만약 그곳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나도 방문을 해보고 싶다. 마음이 이완되는 향을 맡고, 벽면의 그림을 보고, 이별카페의 음악을 들으며 이별노트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