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책과 영화

경험수집잡화점 독서모임 '나만의 시선찾기 2020'을 마치며

Soo♥JJeong 2020. 12. 26. 23:11

2020년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실험적인 한 해 였다. 사회적으로 실험적인 것이 재택근무라면, 개인적인 실험은 경험수집잡화점의 연간프로그램을 무려 2개나 신청한 것. 한 개는 Year in Pixels 2020 : 매일 기분을 색으로 표현하기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독서모임인 '나만의 시선찾기 2020' 였다. 전자는 2021년에도 계속되지만, 후자인 독서모임은 올해까지만 운영된다고 하여, 아쉬움 가득한 마음을 담아 후기를 써보려한다. (혹시 또 알까. 이 후기로 인해 '21년에도 운영할지.) 

 

 

 

사실 나만의 시선을 찾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참 많다. 이 모임을 통해 어떤 것을 알게 되고 배웠는지 남겨본다. 


1. 읽어야 할 책, 봐야할 영화가 참 많구나...

나는 책을 (많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읽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정말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토론에서 언급되는 책, 영화, 유튜브 중에 아는 것들이 별로 없었고, 덕분에 난 읽어야 할것과 봐야할 것들이 많이 생겼다. (영화 '인타임'은 영화를 보고 포스팅까지 했고, 명품은 내가 구매할 수 없으니 관심도 갖지 않았는데, '브랜드인문학'이라는 책을 통해 그들의 철학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2. 토론에서 '질문 주제 선정'에 대해 배웠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 밤 10시. Zoom을 통해 온라인 토론을 하는데, 매번 피터님이 질문을 준비해온다. 처음에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에 급급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발제자가 토론 주제를 던지는 것을 대학원 발표수업에서 써먹기도했다. 보통은 Q&A시간에 청중에게 질문을 받고 발표자가 대답을 하는데, 질문도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거다. 그래서 발표할 때 Q&A대신, 토론 주제를 정해서 토론을 하게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 

 

 

3. 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보고 손으로 밑줄을 쳐야 머리에 잘 남는다. 

독서모임에 선정된 책을 어떤 것은 ebook으로, 어떤 것은 종이책으로 읽었다. ebook으로 읽다가 잘 안읽히는 책은 종이책으로 넘어가니 잘 읽히는 경험을 하면서 나에게는 종이책이 더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로웠고, 독후감을 쓸 때 밑줄친 부분이 있으니 시간이 절약되었다. 밑줄 친 부분 중에서 top3 문장을 꼽아보는 것도 습관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내 책장은 책으로 넘쳐날지도 모르겠다. 한 때 책이 많아지는것이 싫어서 ebook으로 넘어갔었는데, 내 취향은 종이책이다.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 

 

 

4. 말과 글. 둘 다 어려운 것이지만 나에게는 글이 조금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은 순발력을 요하고, 글은 논리력을 요한다. 나는 상대적으로 순발력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논리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피터님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았다. 글은 쓸 시간이 있고 수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 더 수월하다. 둘 다 어려운 것이지만 그나마 나한테 맞는 것을 찾았으니, 더 많은 글을 남기려고 노력해야지. 

 

그리고 글을 통해 새로운 경험도 했다. 독후감을 쓴 책의 작가님이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것!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과연 독후감을 썼을까? 강제적으로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독후감을 쓰니 독후감도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독후감 쓰는게 정말 싫었는데, 서른 중반이 넘어서 재미를 붙이게 될 줄이야.) 

 

 

5.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교감이 가능하다.

피터님과 조이님은 작년 경험수집잡화점 송년회 때 만나서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분들은 처음 뵙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그룹콜이 거듭될수록 친근감이 생겼다. 한번도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인데도. '독서토론'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었기 때문일까. 처음 시작했을 때는 기대하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끝날 때 쯤엔 이렇게 친해져있다는게 신기하다. 11월에 오프모임도 하려고 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연기되었다. 언젠가 오프모임을 할 그날을 기다려본다.

 

 

 

모임리더 Peter님, 고정멤버 Zoey님과 JIN님, 그리고 가끔 뵈었던 JYP님과 한샘님. 저에게는 다들 선생님이셨어요. 제가 배운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내년에도 독서모임이 있기를,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