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책과 영화

'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도 애쓰고 말았다' 책 리뷰

Soo♥JJeong 2022. 12. 23. 20:35

 

엊그제 고과 면담을 했다. 난 지금까지 꽤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팀장의 '부족했다' 퍼레이드는 내 마음을 할퀴어 생채기를 냈다.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나를 보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접한 책 광고. (광고인줄 모르고 읽다 마지막에 나오는 광고였다.) 

'인정'을 저축했다가 꺼내 쓴다는 표현이 너무 재밌어서 밀리의서재에서 찾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모든 문장들이 주옥같았지만,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지 않는 이유는 인정욕구가 이미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은 자존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여기려면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그 사람은 이미 타인의 인정이 충족된 상태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정 욕구를 새롭게 정의내리고자 한다. 즉, 인정욕구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다시 말해 생존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사회적인 지지를 추구하는 마음 혹은 본능' 이다.

자존감이 자기인정만으로 가능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 또한 타인들의 인정이나 칭찬이라는 연료를 바탕으로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늘 무조건적인 인정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지만 살아오면서 중요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중받았던 경험은 분명 저장된다. 늘 인정받았던 경험이 아니라, 질적으로 내 마음에 와닿는 인정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인정받은 경험은 축적되어 나 자신에게도 더 긍정적인 마음, 즉 자신을 돌보는 태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경험이 어린 시절 충분치 않았다고 해도 성인이 되어서 경험을 통해 쌓을 수 있다. 

나의 고생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건 결국 내가 애쓰고 있음을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잘났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나의 공을 드러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일을 해낸 나 자신의 가치와 존재감을 그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인정욕구다. 

 

마지막 문장이 정말 나의 상황을 잘 표현해 준 것 같다. 3년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가 어떻게 일했는지를 알고 있는 팀장인데, 고과를 잘 못 줄것 같으니 나의 부족한 점이라며 말도 안되는 내용을 줄줄이 읊어 내려가다니.

 

- 아이템 선정이 부족했다 : 업무를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인가? 매번 떨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무슨!

- 증분매출에 대한 성과분석이 안되었다 : 그동안의 코칭 면담에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성과분석

- 논문쓰느라 업무에 소홀했다 : 업무시간에 단 한번도 논문 쓴 적 없고, 소홀한 적 없었다. 게다가 당시 ' 지금 힘들지만 나중에 뿌듯함을 느낄 것'이라고 격려했던 사람이 이런말을 하다니 정말 섭섭하네요.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이렇게 인정을 못받을까하는 생각에 우울했었다. 하지만 기억을 잘 떠올려보면 그동안 쌓아놓은 '인정'이 꽤 많이 있었다. 열심히 쌓아놓은 인정을 인출할 때가 되었나보다. 

책 내용에서 좀 더 나아가 타인의 인정에 가중치를 붙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정과 평가는 더 높은 금리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것은 아주 미미한 금리로 설정을 해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