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라는 적' 드디어 다 읽었다. 중간중간 말도 안된다며 그만 읽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독서모임 첫 책이다보니 끝까지 읽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결국 다 읽었다. 읽는 내내 너무나 불편했다. 읽기 불편한 책을 읽으라는 사람도 있다지만, 이 책은 정말 나의 가치관과 너무나 상충되는 책이다. 어떤 부분이 이렇게 불편했는지, 지금부터 기록해보고자 한다.
적으로 여기는 '에고'는 무엇일까?
저자가 적으로 여기는 '에고'는 무엇일까? 저자는 에고를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에고'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추가했다.
거만함이 그렇고 자기중심적인 야망이 그렇다. 이것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성마른 어린아이와 같고 어떤 것보다 자기 생각을 우선하는 특성을 가진다. 합리적인 효용을 훌쩍 뛰어넘어 그 누구(무엇)보다 더 잘해야하고 보다 더 많아야 하고 또 보다 많이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에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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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까지만 읽었을 때에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인간의 이기심과 과욕에 대해 경계심을 일깨워 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열망과 성공과 실패라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쁜 습관이 붙어버리기 전에 에고를 억누르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성공했을 때 에고의 여러 유혹을 겸손과 규율로 대체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운명이 불행으로 기울 때 실패라는 암초에 좌초되지 않도록 다시 일어날 수 있는힘과 불굴의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요컨데 이 세 개의 장은 우리가 다음과 같이 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열망하지만 겸손하다. 성공을 해도 자비롭다. 실패를 해도 끈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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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내용은 기대와 달랐다. 너무 극단적인 예를 많이 들었다고나 할까.
에고는 당신이 배우자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성에 대해 호감을 느낄 때 그 마음을 부추기고 괜찮다고 말한다. 당신이 어떤 것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이제 그만 다른 걸로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부추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당신은 바른길에서 한참 벗어난 것들에도 '예'라고 쉽게 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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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것과 외도를 정당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인것 같은데 저자는 그것을 동일선상에 놓는다.
사실 무언가에 성공하고 나면 실제로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척 허풍을 떨기 쉽다... '이미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고, 더 알 필요도 없다'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자신의 지식을 확신하고 일종의 안전지대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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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과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수십년 동안 진화론을 연구했던 찰스 단윈은 자기가 연구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연구 내용이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가 연구하고 있는 것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만큼 오래 연구했으면 이제 됐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것은 아직 연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과 연구를 지속해가면 그 결과는 더 좋아질거라는 사실, 그리고 연구에 계속 전념할 수 있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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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윈의 사례를 들며, 저게 진짜 프로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만약 다윈이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것들을 더 일찍 공개했더라면, 진화론이 더 발전하지는 않았을까? 저자는 '애자일'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책을 읽으며 아주 가끔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나는 저자와 다른 생각을 가졌음을 아주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이게 저자가 말하는 '에고'라는 것일까?
저자와 대화할 수 있다면,
이 저자에게 자존감과 자존심의 개념을 좀 알려주고 싶다. 당신이 얘기하는 에고는 자존심(타인에게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이며, 자존감(나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지 않고 자존심만 높아서는 안된다는 말로 이 책을 감히 요약해보고 싶다.
책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와있기는 하다.
에고는 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명예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진짜 자신감은 누가 자기를 인정하든 하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기다릴줄 알며, 또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초점을 맞출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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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나에게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에고를 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타인도 나와 같은 에고를 갖고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는 당신은 인생에서 젇어도 한번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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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실패 경험을 하게 해준다. 원하는 성적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 있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기란 정말 힘들어서 N포세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역시 소중한 존재이며,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로 본인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들
자신(만)이 잘났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을 만하다. 하지만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 읽지 말자. (나처럼 오기가 생겨서 다 읽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해주고 같이 토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사이면 어려울 수도 있음.)
저자는 나와 너무나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 정말 독서모임에 선정된 책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절대 끝까지 읽지 못했을 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이런말을 남겼다.
솔직히 나는 당신이 도중에 포기할까봐 두려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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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불편감 덩어리였던 '에고라는 적'. 불편감을 느끼면서 다 읽어낸 나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서평을 다 쓰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평을 흘끗 보았다. 겸손해지게 되었다는 평. 나는 왜 겸손해지지 못할까? 정말 나에게 '에고라는 적'이 있는 것일까?
* '에고라는 적' 책은 YES24북클럽, 리디셀렉트, 밀리의서재에 모두 있었다. 덕분에 3사의 UI/UX를 비교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비교글은 조만간 올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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