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중순에 들었던 '무례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이라는 백화점 문화센터 세미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책 저자 정문정 작가의 세미나였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세미나 모습]
후기를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책은 정말 좋았는데, 책의 제목과 조금은 다른 강의. 그 상반된 메시지 속에서 난 왜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엉겨붙어 쉽사리 후기를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책 제목은 '....웃으며 대처하는 법'인데, 최소한 웃지 않을 것을 강조
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감명깊게 읽었고, 처음으로 밑줄 친 내용을 옮겨적기까지 했다. (그 내용은 하단에 있음) 그래서인지 정문정작가가 얘기하는 내용을 하나도 빠트리고 싶지 않았는지 이 세미나를 엄청 기대했었고, 세미나가 시작하자마자 그녀가 하는 얘기들을 모두 노트했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은 모두 촬영!)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사진찍기와 필기에 몰입하여 비판적으로 듣지 못했다는 것.
작가님, 책 제목은 '~~웃으며 대처하는 법인데,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왜 웃지 말라고 하세요? 책 제목하고 안맞는거 아니예요?
이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그 상황에서는 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세미나에 대한 포스팅은 쓰지 못할 줄 알았는데, 노트를 다시 보니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다른 청중이 비슷한 질문했고, 그에 대한 답변을 다음과 같이 한 것을 알게 되었다.
무례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피해자가) 정색하면 분위기를 망칠까봐 웃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황에서 웃으면 본인에 대한 무례함을 '동조'로 받아들여 가해자가 무례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책 제목이 '웃으며'라고 쓴 이유는 최소한 울지 말자는 뜻에서 쓴 것이라고 했다. 재치있게 대처해야한다는 강박을 갖게 할 의도로 쓴 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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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명을 많이 해야하는 제목이었다니. 제목을 다시 지어야하는것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책에 나온 문장들은 너무 주옥같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책에 친 밑줄
기억 보정의 함정
기억 또한 보정된 사진 같아서 사실 그 자체보다는 편집과 자기애가 꾸덕꾸덕 뭉쳐 있다. 그래서 인생에서 무언가를 회상할 때는 '상처를 주었다'는 기억보다 '상처를 받았다'는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것 같다.
갑질을 당했다는 사람은 차고 넘치는데 어째서 갑질을 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든 걸까? 나도 그런 적이 있을 텐데, 잊고 싶어서 잊은 거겠지. 기억보정이란게 이토록 위험하다.
불행하면 남에게 관심이 많아진다
내 인생은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다. 지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에서 나 혼자만 힘든 것같이 느껴진다. 결국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에 가득 차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갑질을 하고서도 갑질인지 모른다.
선을 자꾸 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질문자의 의도를 모르더라도 대답하기 꺼려지는 질문, 논쟁이 예상되는 질문에는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상대가 나를 훈계하거나 떠보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쪽으로는 별로 생각을 안해봤어요"하고 나의 패를 내보이지 않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대화를 빨리 종료하는 기술이다.
자화자찬하는 법을 배워야하는 이유
분명한 것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내가 자화자찬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칭찬해주지 않으니까.
그런 척을 하다보면 정말 그렇게 된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면 슬퍼진다' 제임스-랑게 이론. 스스로 '나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보아주는 것이다. 자신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진짜로 그렇게 믿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마음의 근육 키우기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는 건 감정의 진폭이 없는 상태가 되는게 아니라 언젠가 우울함이 찾아오더라도 빠르게 나아질 수 있는 회복력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이 회복력이야말로 사람들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하는 자존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 결혼 해도 될까요", "저 공무원 시험 쳐도 될까요?"같은 질문을 접할 때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남에게 묻는 걸 보니 하지 않겠구나라고. 흔들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나 조언을 거대하게 받아들인다. 확신 있는 사람은 남에게 물을 시간에 그 일을 이미 하고 있다.
나의 과정을 모두 아는 사람은 나뿐이며,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려 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다짐한다. '사람들이 말하게 두고, 나는 나의 일을 하러가자.'
회사에서 멘토를 찾지 말것
회사는 아름다운 곳이 원래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먹으면 역설적으로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회사가 자기계발도 시켜주고 영혼의 단짝도 찾아주는 좋은 곳이라면 애초에 월급을 줄리가 없지 않은가. ... 회사가 나를 책임지지 않고 회사에서의 관계가 일시적일뿐이라고 생각하면 일로써 만난 사람들에게 갑질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지나치게 헌신하다가 배신감에 울 일도 없고말이다. ...회사에 대해서는 약간 체념한 채로 일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인생이 끝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상상을 자꾸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가치 없는 곳에 쓰지 말것.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
이렇게 책을 읽어보고, 작가 세미나에 참석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다만 너무 팬심을 갖기 보다는 그가 어떤 생각으로 책을 썼는지 듣고,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게 조금은 비판적(?)으로 들어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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