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인테리어

블로그 후기 명예훼손, 그리고 판례

Soo♥JJeong 2018. 8. 9. 01:29

회사에 10년 근속하여 2주간의 '안식년 휴가'가 주어졌다. 많은 동기들은 해외로 나갔지만, 나는 인테리어를 한 집에서 홈캉스를 보내며 그동안 못 쓴 인테리어 후기와 글들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안식년 휴가 첫날인 8월 3일.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글 삭제요청. (이 글도 명예훼손으로 신고할까봐 신고자는 블러처리했다.)

 

 

 

처음엔 이게 무엇인가?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동안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고 살아온 나에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엄청난 악성 댓글도 아니었고, 내가 겪은 일과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의견 몇 줄이었다. 이 글이 "명예훼손"이라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신고된 글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임시조치'가 된다. 아직 진행중이라 여기에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명예훼손이란 무엇인지 찾아봤다.

명예훼손(名譽毁損, 영어: defamation, calumny, vilification, traducement)은 개인, 회사, 상품, 단체, 정부 또는 나라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거짓 주장, 특별히 언명되거나 사실임을 암시한 진술을 전달하는 것과 남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적인 규정과 달리, 대한민국법의 경우에는 사실도 명예 훼손에 포함된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A%85%EC%98%88%ED%9B%BC%EC%86%90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사실도 명예훼손이 가능하다면, 나의 표현의 자유는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까? 긍정적인 글만 표현의 자유가 성립될까?

 

마음을 추스리고 저 메일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신고자가 한샘 대리점이다. 그래서 본사에 문의를 했다. 이런 부정적인 글을 발견하면 대리점에서 신고하는게 본사 지침이 맞는지, 그리고 이렇게 연락도 잘 안되는 대리점을 우수대리점으로 지속할 것인지. 그간의 히스토리와 함께.

 

다음날 콜센터에서는 사실 확인을 하는 전화가 왔고, 본사 담당자에게 이관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오늘. 대리점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온라인에서 이런 내용이 발견되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대리점에 문의는 했으나, 신고하라고 한 것은 본사 지침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 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아니, 명예훼손으로 신고한 사람은 저들인데 내가 뭘 원한다는 거지?

 

그 전화를 받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많은 시간동안 생각했다. (이게 뭐라고.. 이런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은 어디서 받나.)

내가 원하는 것은 저 메일을 받기 전으로 시간을 돌려서 저 메일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쯤 신나게 인테리어 후기를 쓰고 있겠지. 그 안에는 H사의 좋은 후기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상황에서 인테리어 후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생생할 때 써야하는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올해 맡은 업무가 우리 회사의 VOC를 분석해서 감소시키는 것이다. 콜센터의 VOC, 온라인상의 버즈들, 긍정/부정어, 관련 키워드들을 확인하고 개선과제를 만든다. 웹을 크롤링하기 때문에 어떤 글이 어느 사이트에 있는지 원문 확인도 가능하다. 이 일을 하면서 부정적인 글을 쓴 고객을 '신고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한적이 없다. (H사(+대리점)의 접근이 정말 신박하다. 이렇게 부정적인 글을 모두 명예훼손으로 없애버릴 작정인가? 'H사 명예훼손'으로 검색해보니, 다른 사례도 많다.)

 

VOC 분석 전에는 Compliance 업무도 했었다. (우리 회사는 나를 참 많이도 단련시켰구나..) 무슨 사건이 발생하면 법조항과 판례부터 찾게된다. 휴가중이지만 근무모드로 돌입하여 찾아본 후기, 상품평 명예훼손 판례.

 

 

뉴스영상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688344  

 

 

우리나라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을 수 있고, 부정적인 평가도 있을 수 있다. 부정적인 평가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뭣이 문제인지를 고객이 알려주는것 아닐까? 부정적인 평가 글을 보았다면, 그것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지 명예훼손으로 신고해서 30일동안 그 글을 감추는게 능사가 아니다. (대부분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명된다고 함.)

 

 

"방통심의위가 실제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1000건이 넘는 명예훼손 관련 신고 가운데 실제 방통위가 분쟁 조정을 결정한 것은 14건에 불과했다 " ('17.2.12.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99181 

 

 

 

덧1. 우리 회사 같았으면, 그 대리점은 CS 교육 다시 시켰을거다. 그리고 본사 담당자가 전화했을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쯤은 했을 듯.

 

덧2. 게시글 복원 신청 후 자동발송된 Daum의 메일은 나를 진정시켰다. (이 와중에 '누가 썼는지 몰라도 참 잘썼다!'는 생각을 함.) 감성케어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 작성하신 게시물이 임시조치 되어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명예훼손 여부는 법률적 판단을 따라야 하는 부분으로 저희로서는 침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 "

 

 

 

 

-by J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