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4번째 책 - 나심 탈레브의 스킨인더 게임. 제목만 봐서는 대체 어떤 내용인지 감이 안온다. 책 표지에 제목 바로 아래에 나온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이 가져올 위험한 미래에 대한 경고'라는 부제는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대체 어떤 선택과 책임이란 말인가? 표지 하단에 '불확실한 세계 경제'라는 표현이 있으나, 경제에 한정된 것은 아닐 수 있어서 '세계 경제'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은 앞장은 흥미가 안생긴다. 일반적으로 책들은 앞장에 주요 내용이 많이 있어서, 앞부분이 좋아서 구매해서 읽다보면 그 내용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6장 이후부터 훨씬 내용이 많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나온다.
이번 독후감은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기보다는 내가 공감했던 부분들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한다. 책의 많은 부분이 '대리인 문제'에 대해 나와있지만, 그 보다도 다른 부분이 더 기억에 남았다.
#1. 린디효과
린디효과 : 어떤 존재의 생존이 유지될 경우, 이 존재의 기대수명은 지금까지의 생존 기간에 비례해 길어진다.
린디효과가 제약없이 적용되는 대상은 불멸의 속성을 지닌 것들이다. 사상, 책, 기술, 절차, 기관, 정치 체계 같은 것들이다. ... 린디효과를 고려할 때,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영원히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전문가를 평가한다는 초전문가들의 존재 역시 필요하지 않다... 한마디로 린디 효과는 시간이 흐른 뒤에 생존해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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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디효과의 정의를 보자마자, 예전에 회사에서 적용했던 고객생애가치, CLV(Customer Lifetime Value)가 생각났다. 당시 고객생애가치, CLV는 현재까지 누적된 누적CLV + 이를 바탕으로 기대CLV의 합으로 구했었다. 기대 CLV는 현재까지 누적이용기간을 고려한 기대이용기간을 산출하여 구했는데, 이 산식으로 얼마나 많은 논쟁이 있었던지.. 그 당시 저 '린디효과'를 알았더라면 기대CLV를 설명하기 훨씬 쉬웠을것 같다.
#2. 현재보다 미래 사람들의 평가의 중요성
동료들의 평가에 자신의 운명이 크게, 혹은 직접적으로 영향받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자유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자 우리가 유일하게 의식해야하는 것은 미래 사람들의 평가다. 현재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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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는 자기계발계획을 세우기 전(3월정도)에 본인평가, 동료평가, 상사평가를 한다. (동료평가는 동일직급 또는 낮은 직급이며 본인과 함께 6개월 이상 근무를 했고,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하는 경우에만 평가 진행) 그런데 며칠 전 그 결과를 확인했더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동료평가가 너무 낮았다. 나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추정이 되었다. 10년전 다른 부서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 그 당시의 나는 노처녀히스테리 사수 때문에 피폐해져있었고, 우울증에 걸려 무슨 정신으로 회사를 다녔는지 모르겠었던 최고의 암흑기였다. 그 당시의 나를 기억해서인지 그런 평가를 하다니, 기분이 영 별로였다. 이런 타이밍에 만난 저 문장은 나에게 동료평가에 영향받지 않는 '자유인'이 되라고, 지금 의식해야하는 것은 미래 사람들의 평가(연말의 팀장님과 상무님?)라고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3. 사교의 기본
진짜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돈부터 숨겨야 한다. 자신의 학식이나 학벌도 숨길 수 있다면 숨겨야한다. 순수한 사교 목적의 친구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서로 재산이나 학식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거나 열등감을 갖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교 목적의 대화를 하는데 있어 기본은 상호간의 불균형을 감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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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우리집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것이 비밀이었고, 아주 친한 사람에게 이것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는 항상 나를 배려해줬었고 많이 베풀어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얘기를 다 듣고나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 그런데 이 얘기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 앞부분에 충분한 공감과 위로의 말이 있었지만, 내 귀에 저 말이 크게 들려왔다. 당시에는 뭔가 서운한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 그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그런 티를 안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본인과 비슷한 처지(어쩌면 더 안되보이는) 나에게 베풀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어떻게 이런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 시간 여행을 해서 이 책을 미리 본 것은 아니었는지...
#4. 소득과 재산
10퍼센트 정도의 미국인이 일생동안 최소 1년은 상위 1퍼센트 소득구간에 들어가고, 절반 이상의 미국인이 일생동안 최소 1년은 상위 10퍼센트 소득구간에 들어간다. 유럽인의 소득상황과 비교하면 동적인 양상을 띠며, 이 사실만 보면 유럽이 미국보다 더 평등한 곳처럼 여겨진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500대 가문 가운데 90퍼센트는 지난 30년 사이에 이 목록에 새롭게 진입했다. 반면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500대 가문 가운데 60퍼센트 이상은 상속을 통해 30년 이상 이 목록에 머물고 있으며...
소득과 재산에 있어 상위 1퍼센트의 부자가 계속 바뀌는 사회가 역동적이고 평등한 사회다. 일단 부의 상위 1퍼센트 이내에 들어가면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회는 역동적인 사회도 아니고 평등한 사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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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미국이 동적인 사회라는 것이 놀랐다. 빈부격차가 엄청 크다는 인식은 나의 선입견이었나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American dream을 꿈꾸며 미국으로 가는 것일까.
얼마 전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70%에게만 지급한다고 했었다. 조회해보니, 우리 집이 하위 70%에 속하지 않았다. 소득 상위 30%라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과거에 비해 우리 집이 살만해졌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다시 생각해보면 꼭 살만해졌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4명 중 3명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소득이 많아보일지 모르나, 1인당 소득은 높지 않은 편이고 그 소득은 대부분 빚을 갚거나, 생활하는데 빠듯하게 쓰인다.
예전부터 정부 정책의 혜택은 재산 많아 일안하는(=소득 낮은) 사람들이 수혜를 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들이 위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것은 너무나도 필요하고 당연하다. 다만 재산 없는 우리가족 대신 재산 많은 그들이 받는게 조금 배아플 뿐. (현재는 100% 지급으로 바뀌어 논란은 종식되었다. 이게 맞지.)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우리나라에서 소득과 재산의 상위 1%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것 같다. '재벌'이라는 특이한 구조가 있으니. 이를 영어로 표현할 수 없어 'chaebol'로 영어 위키백과에 등록되었다는 사실은 참 마음이 아프다.
여기서 재벌의 뜻을 짚고 넘어가자면, (나무위키가 설명을 잘 해놓아서 가져온다.)
- 거대 자본을 가진 동족으로 이루어진 혈연적 기업체
- 혼맥과 혈연으로 맺어지고 부와 권력의 세습이 강하게 이루어지는 등 중세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5. 외모
해당 직업군에서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의 사람이 성공한 위치에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실력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온 것이 분명하다. 일의 성과는 그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나 고객들만이 그의 외모를 보고 선입관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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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모임 일원이 '외모평가, 얼굴평가 하지 않고 살아보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무의식중에 많은 사람들이 외모평가를 하는것 같다며.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외모 얘기를 많이 하고 있었고, 점차 거슬리기 시작했다. 사실 외모는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인데, 우리는 그 외모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표정은 조금 다른 차원이니 예외로 두자) 부끄럽지만 나 역시 그래왔다. 하지만 저 문장을 읽으니, 정말 외모의 선입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은 독서모임이 아니라면 절대 끝까지 읽지 못했을 책이다. (독후감을 쓰기위해 꾸역꾸역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ebook으로 사서 출장가는 기차 안에서도 읽기 시작했는데, 몇 장 못보고 덮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했지만, 한 번에 많은 페이지를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점심시간에 교보문고에 가서 종이책으로 읽어보니, 훨씬 잘 읽히는것이 아닌가? 이미 ebook을 구매했기 때문에 종이책을 또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라, 점심시간 동안 많은 부분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ebook으로 읽으니, 훨씬 잘 읽혀졌다.
그 이유는 위에 밝혔듯, 앞 부분이 흥미가 잘 안생기기 때문이다. (서론이 무려 100페이지정도 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중반부 (6장 이후)가 훨씬 잘 읽혀진다. 블로그에 기록한 부분도 모두 6장 이후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종이책은 손으로 넘기다가 아무데나 읽는것이 편한데 ebook은 뭔가 순서대로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 진도가 잘 안나간것 같다. 앞으로 ebook도 건너뛰는 연습을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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