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책과 영화

통신사 직원이 본 디지털 미니멀리즘

Soo♥JJeong 2020. 5. 27. 22:46

 

 

독서모임 이번달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아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스마트폰에서 소셜미디어(페이스북) 앱을 없애라.

필요한 경우에는 PC로 접속해서 확인해라. 그러면 쓸데없이 소셜미디어에서 보냈던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2. 소셜미디어 앱이 없어지면 갑자기 해야할 것이 없어졌다고 생각될 수 있다. 육체를 사용하는 여가를 통해 공허함을 없애라.

- 아날로그적인 '공예'를 해라. (물리적 세계에서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라)

- 사람들과 한데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여가를 찾아라.

 

3.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없애고 일반폰(전화와 문자만 되는 핸드폰)을 써라.

- 스마트폰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일반 핸드폰으로 전화, 문자를 쓰고 나머지 일은 필요할 때만 스마트폰을 쓰는 것을 권했었는데,  번호가 2개인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일반폰과 스마트폰을 테더링으로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위의 3가지인것 같은데, 책 한권을 쓰다니. 글을 늘려서 쓰는 재주가 참 신기하다. (나에게는 없는 역량)

 

Time share.

이제는 시장점유율이 아닌 시간점유율이 중요해졌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무료여도 상관없다. 신문과 페이스북이 그랬듯,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은 광고주에게 받으면 된다. 광고가 싫으면 이용자들에게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유료로 팔면 된다. 유튜브가 딱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ICT생태계의 CPNT 고리 끊기.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켠에는 불편하기도 했다. 통신사에 13년째 다니면서 어떻게하면 통신 이용량을 늘릴까(더 솔직히는 고객들의 요금제 변경을 어떻게 하면 줄일수 있을까)를 수년간 고민해 온 나에게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은 직장인으로서의 나와는 대척점에 있었다.

 

10여년 전부터 ICT 생태계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 CPNT가 있다. Contents, Platform, Network, Terminal(단말)의 맨 앞자리를 따서 CPNT로 부른다. 사실 아이폰 이전에는 이동통신사가 저 모든 주도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통신사의 고유 플랫폼인 WIPI를 통해서만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었고, 통신사가 선택한 컨텐츠 내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야 당연한 것이고, 단말은 지금도 약간의 주도권이 있으나, 스마트폰 이전 시절에 더 많은 주도권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페이스북이 나오면서 단말과 플랫폼, 네트워크가 분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OTT사업자들에게서 망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 받을 필요가 없다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있다.)

 

왜 갑자기 CPNT 얘기를 꺼냈냐면, 이 CPNT 사업자가 분리되어있지만, 이 중 하나라도 소멸된다면 ICT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셜미디어 특히 페이스북(왜 페이스북만 타겟인지 모르겠다.트위트는 장려하는 분위기. 너무 편애함)을 스마트폰에서 없애라고 한다. 플랫폼이 폰에서 사라지는 순간, 컨텐츠 업로드도 감소할 것이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횟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페북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저 책에서 알려준대로 육체적인 취미를 갖게 된다면 이 가정은 성립한다.) 네트워크에 덜 접속하게 되면 아무래도 단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단말 교체주기도 지금보다 더 길어질 것이다. 이렇게 CPNT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떄문에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는 순간 통신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마음 한켠이 불편했었나보다.

 

 

책 이미지를 찾다가 '디지털 미니멀리즘' 책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미지 클릭시 유튜브로 연결)

 

 

 

영상에서는 내가 놓쳤던 '고독이 필요한 상황'을 강조한다. 고독은 자신이 누구이고 감정을 처리하고 이해하는 시간이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한다. 현대 사람들은 혼자 방안에 있어도 고독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스마트폰과 함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이 책을 보고, 스마트폰을 놓으라는 영상을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영상을 보고 나서야 통신사 직원 마인드가 아닌, '스마트폰 이용자'의 입장이 되어 볼 수 있었다. (역시 영상이 중요해...)

 

혼자있는 시간이나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보면 항상 스마트폰이 내 손에 있었다. 짬이 나면 뉴스를 보거나, 뉴스를 보다 재밌어 보이는 게시물을 클릭해서 보거나 '심심할 틈'이 없다. 그러면서 고독이 필요한 순간들을 다 놓쳐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아주 오래 전(90년대?) 광고가 생각난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좌)  그런데 저 이미지를 찾다보니 또 다른 통신사에서는 이런 광고(우)도 했었네! 엄청 잘만든 광고다. 혜민 스님을 모델로 쓴 것도 잘 한듯!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시간, 고독의 시간을 만들어서 그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