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끄적이

맘에 드는 향수 찾기, 디스커버리 그리고 퍼퓸투데이 시향카드

Soo♥JJeong 2022. 1. 8. 17:38

작년 말, 문득 향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차도르로 얼굴을 거의 다 가리는 중동 여성들은 화려한 속옷을 입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나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니, 풍선 효과일까? 갑자기 향수에 관심이 쏠렸다. 

 

생각해보면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호강을 잘 못하는 감각이다. 시각은 좋은 풍경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가고, 미각은 맛집을 찾아가고, 청각은 좋은 음악을 들으려 노력한다. 촉각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으나, 보드라운 이불을 덮거나 사랑하는 이를 쓰담 쓰담하며 나름 호강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후각은 미각의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상황에서 단독으로 사용될 때, 나쁜 냄새를 피하는 역할로 이용된다. (물론 아주 가끔 좋은 향수 냄새를 맡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안 좋은 냄새를 맡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 후각을 너무 제한적으로 이용한 것 같아 후각에게도 '취향'이라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있어보인다. 본인에 대해 그만큼 잘 아는 것이니깐. 향수에 대한 취향이 있다는 것은 많은 향을 맡아보고 그중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향을 맡아보기로 했고, 결국 가장 마음에 드는 향수 - 산타마리아노벨라 로사 가데니아 를 찾아 구매하게 되었다. 

 

 

1. 산타마리아 노벨라 디스커버리 당근으로 구매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호텔에 묵었으면서 어떻게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을 안 갔는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 산타마리아 노벨라 향수가 너무 궁금했다. 검색을 해보니, 2ml의 작은 사이즈로 8개 향이 있는 '디스커버리'라 불리는 것이 있었다. 한 때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잠깐 판매했었고, 해외직구로만 구매할 수 있었다. 고민하다가 갑자기 당근 마켓이 떠올라 찾아보니, 세상에나. 디스커버리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프리지아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지만 '로사 가데니아'가 딱 내 취향이었다. 갑자기 다른 향수들도 궁금해졌다. 최근 많이 보이는 딥디크. 딥디크 디스커버리는 너무 가격이 비쌌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디스커버리는 2ml *8종이 들어있었다. 2ml라 그런지 한번 뿌릴 때 엄청 닳는 느낌이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디스커버리, 로사 가데니아50ml, 마우스 크기 비교

 

 

2. 시향카드

딥디크 디스커버리의 가격을 보고 놀랐을 때, 어쩌다 회사에서 향수 얘기를 하다 보니 친한 대리가 백화점에서 시향지 맡아보고 구매가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백화점 가기는 귀찮은 것도 있지만, 시향 해보겠다며 여러 종류의 향수를 시향하고 그 향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시향지를 판매하는 곳이 있는지를 확인해보니, 와오. 있었다! 

 

퍼퓸 투데이. 정말 많은 종류의 시향 카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https://smartstore.naver.com/effortoflife

딥디크, 조 말론, 르 라보, 바이레도... 요즘 들어본 향수들은 대부분 있었다. 먼저 딥티크10종 세트를 먼저 구매해봤는데, 향이 잘 느껴졌지만, 내 스타일의 향수는 없었다. 두번째 구매는 브랜드를 다 구매하지 않고, 르라보, 바이레도 중에 관심이 있는 향 위주로 구매했다. 

 

 

퍼퓸투데이는 향이 약한 것을 먼저 시향할 수 있게 표시해주고, 카드 뒷면에는 향수 설명이 써있다.

 

여러 종류를 시향 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향과 그렇지 않은 향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장미향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로사 가데니아 향에 그렇게 꽂혔던 것이다.) 하지만 풀잎이 들어가거나 서늘한 장미향보다는 따뜻한 장미향을 더 선호했다. 피오니, 파우더리 향도 좋았다. 

 

장미향들만 모아서 맡아보면 어떤 장미 향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반면, 기대했던 딥디크 플레르 드뽀는 처음에 후추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페퍼가 들어간 향은 불호. 튜베로즈도 너무 진해서 머리가 아팠다. 달달한 필로시코스향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시트러스가 강한 것도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향 카드로 많은 향을 느껴보면서 내가 어떤 스타일의 향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 참 좋다. 시향카드의 텍스트를 보지 않고 향을 먼저 맡아서 향을 온전히 느껴보고, 그 다음 시향카드의 텍스트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텍스트를 먼저 읽고 향을 맡아서 그런지 텍스트에 매여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향 카드는 향이 한 달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향을 내가 다 기억할 수 있을까? 

 

 

3. 고체 향수

시향 카드 중 맘에 들었던 향이지만, 비용이 부담되어 향수를 구매하지는 못하고 '고체 향수'를 구매하게되었다. 사실 아침에 정신없이 나가다 보면 향수를 뿌리지 못하고 나갈 때가 많아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 바를 수 있을것 같았다. 립밤사이즈의 고체향수 '쁘리디망'에서 피오니, 샤넬 N5를 구매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나는 향은 비슷했으나 손목에 바르고 시간이 지나니 뭔가 첫 향과 달라지는 듯했다. (역시 향수는 비싸더라도 진짜를 써야 해...) 

퍼퓸투데이에서 맘에 드는 향으로 고체향수를 구매했으나, 고체향수는 영 아니었다..

 

퍼퓸투데이, 응원하게 되는 스타트업! 

시향 카드를 만든 '퍼퓸 투데이'가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상명대학교가 발굴한 스타트업이라는 기사를 발견했다. 와오! 스타트업이라니. 너무 시장을 잘 읽은 것 같았다. 시향을 해보겠다고 백화점에 가서 킁킁대지 않아도 되고, (요즘은 코로나로 이마저도 어렵다) 많은 종류의 향수를 시향 해볼 수도 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취香의 발견이랄까.  재구매 고객에게 서비스로 주는 시향 카드도 좋았다. (이 서비스 시향 카드가 딱 내 취향이면 더 좋을 것 같은 것은 욕심일까. 데이터가 좀 더 쌓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좋았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잘 모르겠다. 퍼퓸 투데이가 판매하는 모든 시향 카드의 향을 주욱 늘어놓고, 좋은 향과 좋지 않은 향을 골라 달라고 하는데 일단 보기가 너무 많다. (구매한 것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다른 경로를 통해 알게 된 향수도 포함시키기 위함일까?)  

 

구글 닥스가 아닌 조금 더 시스템화가 되어, 구매한 향수들을 5점 척도화 해서 그 점수를 받는 것이 향후 호불호를 아는데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받는 설문조사는 전체적인 통계를 내는 데는 좋을 수 있으나, 향후 개개인의 호불호를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왜 넷플릭스가 별점을 받을까를 잘 생각해보자.)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 추천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재구매 고객에게 주는 시향 카드가 지금보다는 취향을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신박하고 멋진 스타트업을 알게 되어 기쁘다. 퍼퓸 투데이가 향수계의 넷플릭스가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 이들과 함께 재밌는 일을 꾸며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