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책과 영화

영화 언노운(unknown), 성선설이 떠오른다.

Soo♥JJeong 2021. 1. 17. 13:49

영화에는 감독이 하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영화가 있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언노운은 후자의 영화인 것 같다. 

(본 포스팅은 초반부터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시청하신 분만 읽으시길.)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만약 사고로 몇일 동안 정신을 잃고 있다가 집으로 왔는데,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고, 배우자가 나를 모른척한다면? 

내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내 일도 하고 있고, 내 배우자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도 있다면? 

영화 '언노운'의 초반 내용이다.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와이프가 있는 호텔로 돌아오자, 그곳에는 본인 행세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영화는 반전이 있다. (이하 스포일러이니 아직 영화를 안봤다면 영화를 보고 돌아오도록 하자!)

 

주인공(마틴 해리슨)과 그의 아내(리즈 해리슨)는 부부행세를 하는 킬러 조직이라는 것. 얼마나 준비가 철처하냐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박사인 남편 역할을 두 명이나 두었다. 그래서 한 명이 없어지더라도 다른 한 명이 바로 투입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없어진줄 알았던 조직원이 나타나 본인이 남편이라고 우기니, 아내인 척을 하는 조직원은 모른 척 할 수밖에.)

 

하지만 이 영화를 반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쉽다.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성선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억이 다 지워지고 나는 누구일까?를 고민하는 주인공. 신분증(여권)은 공항에서 잃어버렸고, 핸드폰도 없다. 최근 '인생의 태도'라는 책에서 언급한 '나의 직업, 내가 맺은 관계들이 나라고 할 수 없다. '라는 글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것만 같다. 오직 나의 선택과 결정, 경험만이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성선설을 유추할 수 있는 인물과 사건들

#1. 주인공, 리암니슨(마틴 해리슨)

주인공 마틴은 여권이 들어있는 가방을 찾은 이후, 여러 여권들을 확인하고 본인이 킬러였던 것과 어느 호텔에 폭탄을 설치한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폭탄이 설치된 호텔에가서 본인이 폭탄을 설치했다고 자백하고 그 폭탄을 제거하겠다고 한다. 킬러조직원들이 자꾸 주인공을 해치려하는데, 사실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왜 굳이 그 폭탄을 제거하려고 했을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 본래 선하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닐까? 

 

#2. 택시기사 지나

그리고 영화 초반, 그를 태웠다가 사고를 당한 택시기사 지나. 그녀도 계속해서 주인공을 돕는다. 처음에는 영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목숨을 건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주인공이 준 명품 시계를 다시 돌려주는 장면에서 돈 때문에 그를 도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3. 과거 독일 정보군?

간호사가 연락처를 알려줘서 찾아가게 된 과거 독일 정보군. 그는 기억을 잃은 리암니슨을 도와준다. (그 사무실을 유지하려면 돈이 꽤 필요할것 같은데 말이다. ) 심지어 주인공을 쫓는 사람이 찾아왔을 때, 그에게 이용되거나 발설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 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남자만 예비 후보를 두었을까?

사실 와이프 역할을 하는 리즈(재뉴어리 존스)도 얼마든지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잘못될 수 있다. 영화의 전개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한 명의 여자를 두고 두 명의 남자가 각자 가족사진을 찍어서 보관한 장면은 뭔가 편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 중요한 파일을 복제하는 것도 리즈(와이프)이고, 복제 후 폭탄 타이머를 start하는 것도 리즈다. 1인2역의 역할이 있는 남자는 홈페이지에 발표자로 얼굴이 노출되어야 하는 리스크가 있고, 맡은 업무도 리즈가 파일을 복사하는 동안 브레슬러 교수의 주의를 끄는 역할에 그친다.  

 

# 리즈와 마틴은 무슨 관계일까? 

기억을 잃은 마틴은 리즈가 본인의 와이프라고 생각한다. 그가 떠오르는 장면 중에는 그녀와의 애정신도 있다. 기억을 잃었음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에 그녀가 있다는 것. 그 둘은 연인이 아니었을까? (리즈 역의 배우 외모는 참 아름답다.) 

 

# 이전에 주인공이 폭탄을 설치하러 왔을 때, 함께 온 여자는 왜 다른 모습일까? 

주인공은 호텔 관계자들에게 3개월전 날짜를 언급하며 그때 CCTV를 확인해보라고 한다. 거기에는 주인공과 여자가 함께 찍혀있다. 머리스타일이 너무 달라 동일인물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동행한 여자가 리즈인지 아닌지는 스토리상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후기에는 리즈라고 하는데, 동일인물인지 확인이 어렵다.) 리즈 대사 중 '얼굴이 노출되어서... 하는 대사를 통해 그녀가 뭔가 변장을 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와이프인줄 알았던 리즈

 

언노운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감독의 의도일까, 아니면 인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알게된 것들이 늘어난 결과일까. 어쨌거나 내 인생 Top5안에는 들 영화인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