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유튜브에서 퍼스널컬러 진단 받는 것을 보고, 나도 받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퍼스널컬러 진단해주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분에게 받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휴직을 하고, 여유로워지면서 퍼스널컬러 진단, 퍼스널컬러 컨설팅을 진짜 많이 찾아봤다.
찾다 보니 다들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드레이프 천을 얼굴에 갖다대고 나에게 맞는 컬러를 찾아주는 것. 그거라면 옷가게에서 내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많은 색상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내가 비싼 돈을 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퍼스널컬러 진단 받을 돈으로 옷을 하나 더 사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퍼스널컬러 컨설팅을 선택했는가?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 무렵, 자주 들어가는 앱 '탈잉'에서 눈에 띄는 퍼스널컬러 컨설팅을 발견했다. 퍼스널컬러진단과 함께, 나한테 맞는 파운데이션 컬러를 찾아준다는 점이 다른 컨설팅과 달랐다. 이 튜터는 파우치 진단을 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파운데이션을 쓰고 있다며, 본인이 보유한 60여가지 파운데이션 중 컨설팅을 받는 사람에게 맞는 것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파운데이션은 피부톤을 결정하는 중요한 화장품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쓰는 파운데이션이 나한테 맞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백화점 매장에서 추천해주는 '쿨바닐라' 컬러를 선택하긴 했지만 나는 웜톤인것 같은데 '쿨'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 파운데이션을 쓰는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나는 참 의심이 많다.) 그래서 이 컨설팅을 받아보기로 했다.
5월 예약중이라고 나오지만, 용기내서 4월 중에 컨설팅이 가능한 날이 있는지 물어보니, 마침 내일 오전 11시가 빈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수강신청서를 작성하고 결제완료!! 결제를 하니 유의사항과 내일 올 때 가져올 준비물이 문자로 왔다.
준비물 - 사용중인 파운데이션과 색조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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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란색을 좋아해서 무난한 노란색과 완전 밝은 노란색 2가지가 있는데, 자꾸 밝은 노란색 옷에 손이 더 많이 갔다. 내가 제대로 입고 있는게 맞는 것인지 궁금해서 노란색 옷 2벌을 가져갔다.
컨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위치는 어린이대공원 근처 스터디룸이었다. 스터디룸이지만 큰 창문이 있어서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서 퍼스널컬러를 확인하는데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날씨와는 큰 상관이 없는 듯하다. 자리에 앉으면 A4용지에 이름,나이, 나를 나타내는 형용사, 좋아하는 연예인을 적는다.
0교시. 톤에 대한 이론(15분~20분정도)
내 톤을 알아보기 전 4계절 톤과 명도, 채도에 대해 들었다. (저녁 때 보내주신 보고서는 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프린트물이 너무 맘에 든다.)
퍼스널 컬러는 나한테 어울리는 특정한 색을 콕 찝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톤이 잘 어울리는지 전반적인 '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것이 잘 어울리고 덜 어울리는지를 알면, 잘 어울리지 않는 톤을 입더라도 얼굴은 잘 어울리는 컬러를 덧대는 방법을 통해 나를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각 계절별 대표적 연예인 이미지와 그 연예인이 어울리는 색상을 입었을 때 vs 어울리지않은 색상을 입었을 때를 비교해서 보여주셨는데, (연예인이라 다 예쁘긴 하지만) 확실히 잘 어울리는 톤을 입었을 때가 훨씬 나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교시. 나한테 맞는 색상은 무엇일까? (40분정도)
현재 머리색, 입고있는 옷에 영향을 받지않기 위해 흰 천을 덧댄다. 이 모습이 재밌어서 내편이한테 사진을 찍어 보내니 신생아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응애~ 나를 잘 키우시오!)
그리고 내 얼굴에서 단점을 찾아 얘기해준다. 처음보는 사람이 내 얼굴 단점을 얘기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튜터분은 그런 감정이 하나도 들지 않게 얘기해주셔서 신기했다. (이것도 퍼스널컬러 컨설턴트의 역량인듯.)
"이 부분에는 붉은 여드름 자국이 있네요. 여기는 기미가 좀 있고요.... (더 많았지만 생략) 이제 색상있는 천을 덧대서 이 부분이 얼마나 도드라져 보이는지, 전체적인 피부톤이 어때보이는지 알아볼게요."
빨강, 노랑, 그린, 블루, 베이지+회색, 짙은색. 이렇게 6가지를 4계절별 색상으로 나눠서 내 얼굴에 대본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어울리는 색의 천을 한두가지씩 빼서 다시 대본다.
[좌) 잘어울리는 파스텔톤, 우) 덜 어울린 진한 색상] 생얼이라 차마 공개할수가 없;;;
나는 쨍한 원색보다 화이트가 많이 들어간 색상의 천을 댔을 때 피부톤이 더 밝아보였고, 붉은기가 덜해보였다. 색상만으로도 이렇게 피부톤이 달라보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나는 파스텔 톤의 연한 핑크색 셔츠를 입고 갔었는데 제대로 잘 입은거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서 들고 왔던 옷! 밝은 노랑 vs 칙칙하지만 무난한 노랑. 이 중 나한테는 무조건 파스텔톤의 노랑이 어울린다고 했다. 그래서 자꾸 저 옷에 손이 갔던거였어!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화이트가 많이 들어간 파스텔톤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여름쿨톤 라이트' 라고 한다. 세상에나. 여태 웜톤인줄알고 살았는데 내가 쿨톤이었다니 멘붕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햇빛에 타기보다는 피부가 붉어지는 편이고, 골드보다 화이트골드가 더 잘어울리는 것 같아서 톤팡질팡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머리색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다. 내 이미지에는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색이 더 잘어울린다고 했다. 검정색으로 염색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는 너무 까만색은 답답해 보일 수 있다며 원래 머리색 그대로를 추천. 염색을 하면 머리가 너무 상해서 더이상은 안하려고 다짐했었는데, 이렇게 전문가의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
2교시. 파운데이션 찾기&어울리는 메이크업 (40분정도)
가장 기대되었던 맞는 파운데이션 찾기. 내가 갖고 온 파운데이션을 목에 테스트해본다. 목 색상과 가장 비슷한 색상이 나한테 맞는 파운데이션이라고 하는데, 내가 사용하고 있는 파운데이션은 목보다 색상이 진했다. 심지어 최근에 산 컨실러는 내 목 컬러와 전혀 맞지 않았다. 큰맘먹고 산건데, 왜 샀을까.. 또르르..
Q. 왜 파운데이션 색상을 얼굴이 아닌 목에 맞추는가?
얼굴에 비해 목이 톤이 균일하기 때문이다. 얼굴은 붉은기도 있고 여드름자국, 주근깨와 기미 등으로 톤이 균일하지 않다. 이에 반해 목은 그런게 전혀 없다. 목 색깔과 최대한 동일한 파운데이션을 발라야 멀리에서 보더라도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목까지 파운데이션을 바르지 않으니.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얼굴보다 목이 더 하얗다고 한다. 물론 안그런 사람도 있다.)
목의 컬러를 얼굴로 올린다! 목에 파운데이션 컬러를 테스트해야하는 이유를 이렇게 정확하게 얘기해주는 분을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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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터님이 목 색상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2가지 추천해주고, 그 파운데이션을 엄청 얇게 발라준다. (바르는 방법은 그 분의 영업 비밀인것 같아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다.) 쿠션보다 더 얇고 균일하게 바르지만, 커버력과 지속력이 정말 좋다. 파운데이션과 똑같은 컬러의 컨실러는 거의 없기 때문에 컨실러는 쓰지 말고, 커버할 부분에 파운데이션을 덧바르는 것을 추천해주었다. 알려준 방법으로 덧발라보니 답답하지 않아서 신기하다.
그 다음에는 가져온 립 제품들을 모두 손등에 바르고, 순서대로 앞에 세워둔다. 그동안 나는 MLBB나 레드색상만 샀었다. 하지만 앞서 여름쿨톤으로 확정된 나에게 코랄이나 핑크가더 어울린다고 했다. MAC의 핑크핑크한 립스틱을 발라주셨는데, 어색하긴 했지만 의외로 얼굴이 밝아보여서 놀랐다.
그 다음은 아이섀도.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너무 진하다고 했다. 오히려 눈화장을 하지 않거나 음영만 주고 아이라인을 깔끔하게 그리는게 좋을 거라는 추천해주셨다. 그 외에도 아이브로우, 퍼프 등 물어보는 것에 대해 잘 대답해주셨다.
시간이 거의 다 마무리 될 무렵, 오늘 사용한 제품을 바로 적어준다. 저녁 때 보고서에 보내주신 거는 더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나는 이게 더 정감이 간다.
이 퍼스널컬러 컨설팅의 장점
1. 컨설팅해주시는 강사님이 엄청 친절하다. 정말 모든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주는게 느껴졌다. 평소 궁금했던 톤, 화장품 관련 질문을 모아오자. (물론 나중에 궁금해졌을 때 물어봐도 된다고 하심!)
2. 파운데이션 고르는 법, 바르는 법이 정말 신기하다. 매일하는 메이크업인데, 나는 왜 이 방법을 몰랐을까?
3. 스터디룸에서 진행했지만 우리 외에 사람이 없어서 맘이 편했다. 퍼스널컬러 컨설팅을 결정할 때 가급적 사무실이 있는 분한테 컨설팅을 받고 싶었다. 더 프로페셔널할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 장소가 사무실 못지않게 준비된 파운데이션과 화장품이 정말 많았다.
아쉬운 점
워낙 잘 알려주셔서 컨설팅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다만, 각 단계별로 사진을 많이 못찍은게 아쉽다.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쓰면, 나한테 필요한 얘기를 다 못들을 것 같아서 사진을 찍겠다는 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사실 사진으로 퍼스널컬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육안으로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강사님이 베스트컬러, 워스트 컬러를 찍어서 저녁에 보고서와 찍은 사진을 보내주시지만, 나는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좀 더 많은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시간이 충분하니 다른 분들은 드레이프 천 색상별로 꼭 사진 찍으시길!)
이 퍼스널컬러 컨설팅이 맞는 사람
톤팡질팡하는 사람들, 나한테 맞는 컬러의 옷을 사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 내가 사용하고 있는 파운데이션 색상을 제대로 고른게 맞는지 의심되는 파운데이션 유목민, 파운데이션을 커버력있지만 얇게 바르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강추!
최근에 읽은 책에서 사람들이 점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주제로 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보다 상대가 자신에 대해 얘기를 더 많이 해줘서 엄청난 심리적 위안을 받는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점과 퍼스널컬러 컨설팅은 비슷하다. 2시간 가까이 컨설턴트가 온전히 '나'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퍼스널컬러는 '점'보다 과학적이고 건설적(?)이다. (이 표현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든다.) 점은 가끔은 내가 확인하기 어려운 이론을 근거로 얘기하는 것이지만, 퍼스널컬러는 나에게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옷을 많이 살텐데, 어떤 컬러가 나에게 맞는지를 알면 구매 결정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점을 봐도 앞으로 살아가는 데 길라잡이가 될 수 있으니, 이 또한 비슷한 점인것 같기도 하다. 어머. 그러고보니 점괘가 맘에 안들거나 맞는지 의심스러우면 다른 점집을 찾아가듯 퍼스널컬러가 정말 맞는지 확인하러 다른 컨설턴트를 찾을수도 있잖아?)
쓰다 보니 살짝 옆으로 샜지만, 이런 공통점을 찾은 것도 참 신기하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나를 알아간다. 이 시간이 참 소중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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