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끄적이

'19.12.5 경험수집잡화점 송년회 후기

Soo♥JJeong 2019. 12. 8. 11:39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경험수집잡화점. 그곳을 알게 된지 이제 한 달정도 되었는데 어느 새 송년회까지 다녀왔다.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게 해준 모임이라, 이 느낌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대만 3일차 후기를 제치고(!) 먼저 써보려한다.

 

 

 

 

  송년회에 가기까지

 

어쩌다 송년회에 참석하겠다고 했을까?

그 시작은 11월 15일, 대만 여행가는 날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타이베이 행 비행기 안. 돌풍으로 인해 계속 출발이 지연되었다. 몇년 전 비오는 날 비행기를 탔다가 엄청난 터뷸런스를 경험한 이후, 비행기에 대한 공포증이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풍으로 인한 지연이라니! 같이 가는 일행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사실 엄청 겁이났다. 돌풍이 막 토네이도로 변해서 어딘가로 날라가진 아닐지, 비행기가 갑자기 사라진 적도 있다는데 그런 상황에 처해지지는 않을지.. 이런 최악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핸드폰을 보다 보니, '경험수집잡화점 송년회'가 보였다.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신청과 입금을 끝냈다. 만약 돌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지연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과연 신청을 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돌풍이 참 고맙다.

 

 

송년회 당일.

최근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저녁 7시까지 논현동에 가려면 6시에는 출발을 해야하는데 5시 40분에 온 업무 메일.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오늘 6시퇴근이 목표였는데, 이럴 수가..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하고 6시 50분에 회사를 나왔다. 하루종일 머리가 아프고 토할것 같은 상태라 송년회에 가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뭔가에 이끌리는 듯 내 발걸음은 논현동을 향했다.

 

 

 

  송년회, 어땠나?

 

40분 늦게 송년회 장소 도착.

지도 앱을 켜고 찾아간 바라는 것들의 실상. '경험수집 잡화점 송년회' 포스터가 나를 반겼다. 이런 컨디션으로 과연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두근거림이 더 컸다. 난 원래 혼자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의아함을 느끼며 한계단씩 올라갔다. 

 

 

송년회 장소인 2층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상태였다. 다들 엄청 신난 분위기였는데, 난 적응이 안되었다. 어디에 가야할지 두리번거리자 GK(Goal Keeper) 조이가 다가와 내 자리를 안내해줬다. 

 

 

 

 

 

글쓰기 모임 오픈채팅방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면!

안내 받은 테이블에는 글쓰기 채팅방에서 보던 분들이 있었다. - 하노마, 볼리, 가가가가와 같은 테이블이었는데, (나로부터 반시계방향) 카톡 채팅방에서 툭 튀어나온 것만 같아서 신기했다. 특히 '가가가가'는 닉네임으로는 남자분일 줄 알았는데 너무나도 참한(!) 여자분이셔서 놀랬다.

 

 

 

전원 1분 자기소개

참석자 모두가 1분 자기소개를 했다. (주사위 모양의 1분을 알려주는 타이머를 들고) 소개 내용은 최근 관심사, 여기에 참석한 이유. 글쓰기 모임 외에 다른 모임에서도 많이 오셨고, 남편을 따라 오신분도 있었다. 루시는 발표하는 사람들 모두를 이렇게 독사진으로 남겨주었다. (완전 감동!)

 

 

 

대화의 만찬 - 라이프쉐어카드

육각형의 라이프쉐어 카드가 종류별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고, 한 테이블당 25분씩 총 3번을 옮겨다녔다. 이 라이프쉐어 카드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최고인것 같다.

 

첫번째 테이블은 안내받은 테이블에서 가가가가, 볼리, 하노마와 대화를 나눴다.

 

 

볼리는 여행을 갈 때 '숙소'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 숙소를 가기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좋은 숙소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인테리어에 많은 영감을 준다고. 숙소를 보는 사이트를 물어보니, 내가 보는 부*닷컴, 호*스컴바인 이런데가 아니었다. 스테이폴리오(www.stayfolio.com) 에서 주로 본다고. 그 사이트에는 정말 멋진 숙소가 가득했다. 나도 언젠가 이용해보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두번째 테이블에는 류멘토, 이초환님, 경옥님이 있었다.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무엇이었나요?'

나는 정말 '맛'에 집중한 답변을 했는데, 다른 분들은 전투식량, 화보찍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쌀밥, 마지막 끼니 이런 얘기를 해주셨다. 어쩌면 그 카드는 그런 경험에 대한 얘기를 원한 것일지도. 그럼에도,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을 궁금해했는데, 그 때는 기억하지 못한 스페인음식점 - 떼레노( http://terreno.co.kr/) 다. 미쉐린가이드2020에도 올라왔으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최근 내게 가장 결핍되어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시간, 여유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이초환님은 초중고대, 취업까지 한번도 쉼없이 달려와왔다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어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아무것도 안하는 휴식이 여유가 아니라, 여유는 바쁜 순간에도 내가 찾아야 하는 것임(이런 모임들)을 상기했다.

 

 

마지막 테이블에서는 하노마, 루시, 팝씨와 함께 했다.

 

 

당신은 어떤 동료입니까?

하노마를 다시 만났는데, 이 테이블에서의 이야기가 참 새로웠다. 하루만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절대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6시 이후에 업무지시가 내려오면 퇴근한다고. (단, 노트북은 갖고감) 난 왜 그러지 못할까?

 

그리고 루시의 3번의 퇴사 이야기. 회사가 나보다 갑이라고 생각하면 끌려다니지만, 내가 갑의 입장이거나 동등한 입장이면 좀더 당당해질 수 있다고. 이들의 얘기는 '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와 함께, '부려먹기 좋은 직원'임을 스스로 인정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회사가 '을'이라고, 내가 '을'이 될 필요는 없다. 하는 업무가 '을'일 지언정, 마음은 '갑'으로,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어제 읽은 '자신감 수업' 책보다 이들의 얘기가 더 와닿고 좋았다.)

 

  

 

나에게 카드쓰기

나에게 카드를 쓰고, 소리 내서 읽기. 심리치료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힐링이 되었다는것! 항상 갖고 다니면서, 꺼내봐야지.

 

카드 뒷면에는 '고흐의 '밤의 테라스' 그림이 있었는데, 이 배경의 장소가 실재하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꼭 가봐야겠다.

 

 

 

선물 추첨

스텝분들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셨다. "큰게 가장 좋은게 아닐 수 있어요" 라는 말은 진짜였다. (노브랜드 가장 저렴한 초콜릿. ) 이런 반전, 참 좋다.

 

 

 

 

단체사진과 인사

행사가 다 끝나고, 마무리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하노마의 순식간에 바뀌는 포즈 덕분에 크게 웃었고, 덕분에 행복한 모습이 찍혀서 맘에 든다.

 

 

 

사진을 찍고, 나갈 때에도 로또를 선물로 주셨다. 이런 센스쟁이들! >_< (나에게는 이 송년회에 참석해서 많은 경험을 한게 로또였어요. )

 

 

 

  송년회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몸이 불편한 경옥님을 팝씨가 도와주며 가고 있는 것을 발견! 나도 함께 가게 되었다. 팝씨 집은 평택, 경옥님 집은 수원이라 같은 방향인 줄 알았는데 내려야하는 역이 달라서 7호선부터 반대 방향이었고, 나와 경옥님이 같은 방향이었다.

 

경옥님은 강남구청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을 해야했는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분당선으로 갔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용은 생략..)

 

 

행동의 맥락과 배경을 알아야한다.

사실 글쓰기 채팅방에 너무 많은 글이 올라오는 것이 적응이 안되었었다. 이 채팅방은 주1회 글쓰기를 인증하고, 독려하는 곳이 아닌가? 하고 싶은 말은 댓글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오만이었다. 각자가 기대하는 채팅방의 모습은 다를 수 있었던 것. 이제까지 난 내 생각만이 옳다고 여긴, 속 좁은 사람이었다. 이제는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

경험수집잡화점의 송년회는 나에게 참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특히, '나'라는 사람의 새로운 면을 많이 알게 해준것 같다. 난 내가 엄청 내성적인 사람이라 모르는 사람들과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인스타 친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인생대박모임'이라는 모임도 있다는데, 다음번엔 그 모임에 참여해봐야겠다.

 

 

12월 5일. 새로운 기억으로 남겨진 날

나에게 12월 5일은 아픈날이었다.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그로 인해 아주 오래 전에 했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날이기도 하다. 그 이후 매년 12월 5일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경험수집잡화점 송년회에 참석하겠다고 용기를 낸 건, 어쩌면 12월 5일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오픈채팅방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오늘부터 1일이예요."

 

나에게 12월 5일은 이제 새로운 추억으로 덧입혀졌다. 송년회를 기획한 피터와 GK분들, 그리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참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경험수집잡화점 송년회는 정말 많은 경험을 하게 했다. 4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달은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경험수집잡화점'이라는 이름이 주는 에너지 덕분인것 같기도하다. 앞으로 난 어떤 경험들을 수집하게 될까? 이 마음으로 인생을 산다면, 안해본 것도 도전하게 되고 좀 더 풍푸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될것 같다. 이런 깨달음을 하게 해준 경험수집잡화점과 GK, 참여자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송년회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