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대학원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면접, 날 울린 입학처 현수막

Soo♥JJeong 2019. 11. 30. 22:38

대학원 면접 후기는 합격 후에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면접이 끝난 후 너무 강한 감정이 남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했다면 그 기쁨에 이 때의 감정이 생각나지 않을 것이고, 만약 합격하지 못하면 이 글은 영영 쓸 수 없을테니깐.

 

 

내가 지원한 곳은 도시과학대학원 공간정보공학과(지적 및 GIS전공). 

 

언젠가 대학원에 간다면 단지 학위를 따러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것이 명확해졌을 때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대중적이지 않은 학문이기를 바랬다. 대중적일수록 학교 서열이 더 중요해질테니. 이런 생각을 해서였을까. 요즘 핫하다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대학원은 끌리지가 않았다. (이건 정말 개인의 취향임)

 

6개월 휴직 후, 복직하게 된 팀. 천재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척척 잘 해낸다. 이번 팀에서도 나만 학사 졸업자. 대학원에서는 이런 문제해결능력까지 알려주는가 싶다. 업무를 하면서 GIS에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근거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GIS 공부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찾아보니 운이 좋게도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서울시립대학교에 공간정보공학과 석사과정이 있었고,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있었다. 대만여행 가기 직전, 열심히 연구계획서를 써서 등기로 보냈고, 오늘 면접을 봤다.

 

 

 

면접대기실은 강당 같은 곳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40~50명쯤 온 듯. 10시에 면접 시작이었는데, 5분 전쯤 주임 교수님이 앞에 나와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대학원 TO는 학과별로 정해져있지 않아요. 지원자 수와 교수 인원수로 조정합니다.

주임교수인 제가 노력해서 TO를 많이 가져오도록 할게요.

그럼에도 선발되지 못했다고해서 마음의 상처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임 교수님이 참 인간적이다는 느낌이 들었다. 면접도 다른 학교는 여러 명이 우르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이 곳은 2:1(교수:지원자)로 면접을 봤다. 그러다보니,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앞에 있는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근데 면접을 5분도 안 본듯. 나만 짧게 본건가...)

 

 

 

면접이 끝나고나서야 캠퍼스의 예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가 들으니, 캠퍼스는 어디를 가도 참 예쁘다. 입사1년차 법인영업하던 시절, 시립대를 담당했을 때는 이렇게 예쁜 줄 몰랐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입학처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알고 있어

너는 어느 자리에 있어도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순간 먹먹해지면서 울음이 터져버렸다. 그 누가 나를 빛난다고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아니, 나 스스로 내가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올 초, 나에게 시킨 (말도 안되는) 일을 못하겠다고하자, 나에겐 맡길 일이 없다며 팀을 나가라던 팀장. 난 Refresh휴직으로 도망쳤었다. 어떻게든 실력을 키워올거라 다짐했지만, 데이터진흥원 프로젝트 발표도 너무 떨려서 망쳐버렸다. Refresh휴직 후에는 원소속 복직이 원칙인데, 나 대신 다른 경력직 직원을 채용해서 다른팀에 가게 되었다.

 

더 잘 된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는게 쉽지 않았다. 다 자기 몫을 해내는 것 같은데, 나만 못하는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처음이라 그렇다고, 원래 팀이 바뀌고 업무가 바뀌면 어렵게 느껴지는 거라고 위로하면서 난 내가 괜찮게 지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 문구 하나에 이렇게 엉엉 울어버리다니.

 

 

우리는 니가 빛나는 걸 알아. 자신감을 좀 가져도 돼.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위로가 되는 말인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왜이렇게 그렁그렁 해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저 말은 내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걸까.

 

누가 쓴 문구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강한 감정을 느끼게 하다니. '글(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면접보러 갔다가 엉엉 울고 돌아온 썰, 끝. 이제 그만울어야지. 뚝!